스위스의 앰프 전문 브랜드 '다질'을 찾아서
안희정 | 글·사진

 

 

 

 

 

우리는 2006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쇼를 참관한 후에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일요일 아침 스위스로 향했다. 독일에서는 전시회 개최 전 하루 맑고 그 후 내내 비가 내려 약간 짜증도 나던 참이라 기쁜 마음으로 다음 여정을 향해 출발했다. 비행기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름 아래로 아주 호수가 시야에 펼쳐졌다. 아마도 저것이 스위스 사람들이 그렇게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레만 호수겠지 생각하면서 하늘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쳐다보아도 호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유럽에서 제일 큰 호수답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날 호수 주변을 돌아보면서 호수의 깨끗함에 놀랐다. 다행히 스위스에 도착하니 아주 맑고 쾌청한 날씨였다. 독일에서 한 열흘 동안 버터에 빵만 먹었더니(여러 업체로부터 저녁마다 식사 약속이 있었음) 아무리 현지음식에 적응을 잘한다고 할지라도 한 끼 정도는 한국음식으로 즐길 마음에 호텔에 짐도 풀지 않고 거리로 나왔는데 그 기쁨도 잠시 허탈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일요일이라 서너 개 있는 한국식당을 포함, 웬만한 상가나 점포는 모두가 휴점 상태인 것을 잊고 있었다. 아! 내일부터는 또다시 바쁜 일정에 한국식당에 들를 시간이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는 다시없는데…….

 

 

다음날, 월요일 오전 호텔에서 다질과 약간의 미팅 후 우린 곧 바로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은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공단(우리의 공단과는 다른 아주 쾌적한 곳이었다)에 입주하고 있었다.

 현재 스위스의 큰 기업들도 도심의 복잡함과 비싼 땅값을 피해 점차 저렴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우선 공장에 도착해서 우리는 사장 아베 씨가 직접 만들어 주는 에소프레소를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커피 맛이 아주 강렬하지 않으면서 맛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사장인 아베 씨는 우리에게 공장의 히스토리와 생산구조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

 

 

회사를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로 굳이 나누어보자면 최초의 창업시기로 자금흐름 사정이 가장 어려운 초창기와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지고 자금 흐름 등 모든 비즈니스가 원활히 돌아가는 중반기와 닦아놓은 명성을 갖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절정기로 나눌 수 있는데 다질은 현재 중간단계 정도를 지나는 시점이라고 한다.

 

제품생산에 있어서도 최초의 NHB-108 model zero의 1세대에서 NHB-108 model one의 2세대, 그리고 NHB-108 model one Version A의 3세대와 현재 생산되고 있는 NHB-108 model one Version B의 4세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베 씨는 말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여러 번 개선된 NHB-108 model one Version B의 경우도 우리는 완전하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아직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질 앰프를 처음 구입했을 때의 설레임과 기쁨이 조금도 퇴색되지 않고 소유하시는 동안 더욱더 애착이 가도록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할 것이며 오랫동안 사용하실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성에 모든 점들을 배려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즐거운 때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20여 년 전에 시작할 당시에는 단지 꿈에 불과했고 잘될지 안 될지도 몰랐고 막연히 음악이 좋아서 시작을 했고 그 중간에 고통스러운 때도 많았고 괴로울 때도 많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옆에서 묵묵히 정신적, 재정적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가족들과 주변 동료들 또 리앤컴파니와 같은 좋은 디스트리뷰터 친구들의 도움으로 오늘의 다질이 있고 규모도 많이 커졌다고 한다.

현재는 갑자기 많이 늘어난 주문에 회사 전체가 너무 힘들고 고생하고 있으며 대리점 역시 부족한 물량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물량을 늘릴 수도 없으며 또한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물론 내년에는 올해보다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지만. 아무리 생산량이 늘어나도 절대로 품질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질 회사의 철칙이란다.

 

즉 생산량이 달라진다고 퀄러티는 물론 생산을 하는 제작 공정조차도 조금도 달라지거나 변화하면 안 된다는 확고한 회사의 제조 철학과 함께 제품 자체가 스위스 전통적인 정교하고 정밀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모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사장 아베 씨는 정색을 하고 설명을 해주었다. 또한 그가 웃으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이러한 제조 이념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자면 오직 프리앰프, 파워 앰프 한 모델의 설계를 위한 세월이 이제 21년이란 시간으로 지나갑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부분이 나에 대해 가장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궁금해 합니다." 사실 그랬다. 어떻게 정말 맨 정신으로 앰프 한 모델 설계를 위해 20년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 평범한 범부들에게 선뜻 이해가 되겠는가? 나에게도 정말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라 만나면 잊지 말고 꼭 물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그 얘기가 나왔으니 내심 반가웠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남들은 내가 이상하고 이해가 안 될지 모르지만 난 지극히 당연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리가 아닌 감성이 담긴 음악을 재현하고픈 이상과 싸우는 일은 결코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 구요. 그것은 또한 한두 번의 작업 1,2년 2,3년의 단기간에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오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이제 우리는 생산 공정과 제품 특성에 대한 설명을 위해 장소를 현장으로 이동했다. 생산라인 입구에 윌리엄 텔 심벌이 마크되어 있는 인증서가 놓여 있어서 평소에 이 마크에 대해 궁금했기에 사장에게 재빠르게 물어보았다. 그 윌리엄 텔 스위스메이드 상표는 사과를 맞추는 정확함과 정밀성을 제일로 하는 스위스의 상징적인 심벌로서

첫째 스위스에서 정하는 윌리엄 텔(시계)의 초 정밀도를 갖추어야 하며,
둘째 제품의 외관뿐만이 아니라 내부에 사용된 부품들까지도 스위스에서 제조된 부품으로 생산된 제품에 제한하고,
셋째 제조공정이 전통적인 장인에 의한 수작업으로 100% 스위스에서 제작된 제품들에 품질수준을 정부로부터 인증 받아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 옆에는 2006년 CES Award 수상 작품으로 선정됐음을 알리는 상패가 나란히 있다. 2006년 라스베이거스 전자전 쇼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뛰어난 제품에게 주는 상이다. 또한 미국 <스테레오파일> 잡지의 2005 Products of the year와 더불어 이해의 파워 앰프 상인 2005 Amplification Component에도 No.1으로 뽑혔음을 안다. 걸음을 옮겨 부품을 선별하고 일부는 제조(프레임)까지 하는 파트에 오자 그들의 완벽하고 철저한 프로정신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또한 일부는 특허권과 기술 유출의 사정상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아래부터는 아베 씨의 설명이다. 방열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똑같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사진에서는 근사한데 실물을 손으로 만져보라. 또한 앞모습뿐만 아닌 밑면 안쪽 면들을 만져보면 보이지 않는 부분들은 가공조자 하지 않고 꺼칠꺼칠하고 날카롭고 보기도 흉하다.

 

다질의 방열판은 날카로워 보이지만 실제로 만져보라. 이것이 얼마나 부드럽고 촉감이 좋은지. CNC 머신으로 정밀가공 후에 한줄한줄 모두를 사람의 손으로 간 것이다. 생각해 보라. 이 판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수가공을 다했으니 이것하나를 가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정성이 얼마만큼 들었겠는가를. 특히 다질에 사용되는 방열판은 표면이 아주 매끄럽고 강도가 높은 AW-5754-ALMG3의 특수 합금 알루미늄을 가공하여 제작한 것으로 매우 높은 밀도와 뛰어난 강도가 보장되어 불필요한 공명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밀 CNC 압출 가공 후 사용된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다질 고유의 색상들, 즉 Electric Blue, Blazing Red 그리고 leaming Yellow로 마감처리된다

 

이와 같이 독특한 마감처리로 인해 다질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스크류 나사 한 개조차도 기본적으로 스위스 기준에 맞추고 잘 연마하지만 그 레벨에서는 허용편차가 다질 사의 기준과 만족감에서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 기준에서 최소 2스텝 위의 수준으로 재가공 정밀처리를 하고 난 후에야 다질 사에서 인증하는 하나의 부품으로 파트리스트(Partlist)에 등재된다고 한다.

즉 스크류 나사 한 개의 원가가 5프랑이라면 최종 정밀 가공 후에는 7프랑, 10프랑이 아닌 50프랑 이상으로 원가가 열 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고무패킹조차도 재생하지 않는 생고무로 최초의 넓은 고무판에서 CNC 커팅 머신으로 한 장 한 장 정밀 커팅한다. 이 고무판은 프레임과 브론즈 스모크드 글래스와의 압착으로 먼지는 물론 진동과 전자파까지 차단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보이는 부분 보이지 않는 부분 세세하게, 이 모든 것들을 위와 똑같이 하나하나의 수공으로 더 할 수 없는 정성을 들인다. 프레임은 20mm 두께의 AW-5754-ALMG3의 특수 합금 알루미늄 압출가공 덧댄 바닥(false bottom) 위에 5mm 두께의 bottom plate가 샌드위치 구조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Mother plate와 transformer platforms 및 방열판(heat sinks) 등 세 개 파트의 주요 기본 모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각기 자성이 없는 스테인리스 스틸 나사로 서로 꽉 조여져 있다.
각 기본 모듈은 아주 조심스럽게 손으로 조립한 뒤에 각각 테스트 과정을 거치도록 하였고 테스트 일자와 서명을 한 후에 설치하게 된다. 모듈 중 어떤 것들은 제작 중에 몇 주일씩 걸려서 조립한 다음 설치한 것들도 있다.

 

 

"모든 일들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만 있다면 그곳에 필요한 시간을 모두 다 투자할 것입니다. 최종조립이 완성된 후에라도 반복적인 시험결과 아주 사소한 부품이라도 스펙에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함) 전체 모듈을 완전히 분해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체크하고 다시 최종 조립한 후에 또 파이널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수행한 후에 조금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야 출고 명령서를 받게 됩니다. 다질에는 스프링도 톱니바퀴도 시계바늘도 없습니다.

다만 모든 부품들이 손목시계의 그것들보다는 조금 더 클 뿐입이다. 최종 조립과정에서 모든 부품들이 스위스의 시계무브먼트 정밀작업과 같은 레벨과 마찬가지로 섬세하게 진행되며 cotter pin을 사용하여 정밀하게 배열된 후에 자성체 없는 최고의 정밀된 나사못으로 서로 더할 수 없이 단단하게 조여져 프레임 전체가 하나의 싱글 블럭으로 변하게 됩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