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무지개 넘어 하늘 높이 어디엔가 한 번은 자장가에서 들어 보았던 그런 나라가 있어요). 굵직하면서도 차분한 여성보컬의 음색이 습자지에 물이 서서히 번지듯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속에 번졌다. 난 어느새 그 여성보컬이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난 그 앞에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그런 무대 앞 의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난 엄마의 무릎을 베고 엄마가 들려주던 자장가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고, 그러다 잠이 들던 그 때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난 가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 치며 올라오는 따끈한 감정의 입김이 눈을 통해, 코를 통해, 그리고 목구멍을 통해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겠지...!

우리들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로부터 삶의 위안을 얻는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사진일 수도, 어떤 이에게는 자동차일 수도, 또 어떤 이는 십자수일 수도, 그리고 어떤 이는 그것이 음악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이 한 때는 책이었고, 지금은 음악이 아닐까 싶다. 뭐 그렇다고 책을 많이 안다거나 음악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이 책과 음악이 있었기에 빠듯한 삶을 살아가는데 외로움을 덜 느낀 것 같다.

이런 음악을 울려주는 기기들의 '축제', 2007년 아이어쇼가 있었다. 난 2004년도 아이어쇼 이후로 3년만에 참석해 보는 것이었다. 이번 아이어쇼는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렇게도 열을(?) 올렸던 그런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코엑스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렸던 아이어쇼에는 규모가 작아서였을까 사람들의 이런 저런 모습들까지도 눈에 들어왔다. 가족 단위로 오기도 하고, 연인이 함께 오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친구들끼리 오기도 했다. 그리고 기억해 보건데, 2004년도에는 위 아래층으로 짜잘한 부스가 많아서 큰 부스 말고는 거의 들어가 보지 못했던 부스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사람들이 구석구석 돌아가며 청음을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좀 있어보이는 분위기이다..!

난 이번에 디오플러스 참석자 자격으로 아이어쇼에 참여했다. 위에 사진은 전시한 전경이다. 우리는 이번에 네임, 오페라, 유니슨, 프로악 제품들을 가지고 매칭시켜 전시하였다. 매칭 시스템은 네임 프리앰프(282) + 파워앰프(250) + CDP(CDX2) + 스피커(Proac D28), 네임 인티앰프(Supernait) + CDP(CD5i) +  스피커(Opera Mezza), 그리고 진공관 인티앰프(Performance) + 스피커(Opera Tebbaldi), 케이블(실텍)으로 구성하였다.

공간이 작고 아담한 크기가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좋게 생각해 보면 실제 우리네 서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라 오히려 더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리는 3일 동안의 행사 기간중 하루가 지날 때 마다 날로 선명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전시한 거라고 마구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적당한 공간에 적당한 매칭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따금씩 아이들과 부부가 함께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도 이제 '엄마'라는 거부할 수 없는 타이틀을 가져서 일까? 그런 모습들이 정겹게 느껴지고 눈에 쏙~ 들어왔다. 아, 그리고 이런 시스템 매칭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탁월한 선곡이 아니었을까 한다. 어떤 인연으로 장석호씨라는 스튜디오 엔지니어 경력이 있으신 분이 이번에 우리 전시를 도와주셨는데 이분의 선곡은 정말로 좋았다. 게중 서두에서도 나의 느낌을 전달했지만, somewhere over the rainbow라는 '오즈의 마법사' OST의 오리지널 버전이 아닌 다른 버전 곡은 나를 감동시켰다. 난 락 기타 버전(임펠리테리 오리지널)을 그 동안 들어왔었는데 기타와 사람 목소리 중 호소력은 단연코 사람 목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락 기타의 감동 또한 만만치 않다. 여러분에게 락 기타 버전을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 한 가지 사람이 막 떠올랐다. 모자를 눌러쓴 나이드신 분이었는데 이 곡이 끝나자 박수를 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왜저래' 하는 식으로 쳐다봤지만, 난 그분의 솔직한 표현에 한표를 던지고 싶었다. 음악을 분석의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 음악은 사라진다. 거기엔 계산만 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 좀 더 솔직해졌으면..!

오페라 스피커의 Tebbaldi 앞,뒤 모습이다. 상당한 포스(force)가 느껴진다. 뒤에 트위터 4개, 옆에 우퍼 4개가 기존의 스피커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앞에도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있다. 오페라 스피커여서일까, 서정적인 클래식 곡이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

네임 풀 세트의 전경이다. 우리는 이번에 Supernait라는 새로운 인티앰프를 선보였다. 하는 얘기지만, 네임 본사에서 소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쇼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되돌려 보내야만했던 귀하신 몸이었다. 역시 네임 풀 세트는 정말 탐이 날 만한 기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심플하면서도 깨끗해 보이는 블랙 디자인과 함께 네임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사운드의 정교함(타이밍, 리듬), 매끄러움이 사람들을 주목시키는 것 같다.

사진이 잘 안나오긴 했지만, 그람슬리도 전시했다. 늘 리뷰 이미지로만 봐왔던 나로서는 솔직히 처음에 헛~! 하는 놀라움과 함께 이렇게 작았나 하는 의외의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도 장난감 구경하듯 '호오~ 신기할세~' 하는 눈치였다.

The Fremont 라는 미국에서 건너온 스피커이다. Escalante Design이라는 제조사가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슬림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지만, 사운드는 좋았다. (뭐 어디가 좋았다이렇게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그냥 듣기에 좋았다. 특히 여성 보컬이..)

이걸 보고 있자니, 난 왜 크라운 '산도'에 나오는 크라운제과 로고가 생각나는 거지? 어쨌거나 번쩍번쩍이는 황금색 색상이 멋져보였다. 흠~ 사진도 제법 잘 나왔군~! 아, 이건 Synthesis의 Nimis SE 인티앰프이다.

Transportor 턴테이블이다. 오~! 깔끔쌈빡 디자인..! 예전에 마란츠에서 나온 이런식의 턴테이블이 떠오른다.

Audio Lab의 WAVAC 인티앰프 MD300B 모델이다. 관도 보이고 뭐 그렇다. 다른건 뭔지 모른다. 레지스터? 트랜스? 정류관? 암튼 이쁘고 독특해서 한 컷 찍어봤다.

MBL도 변함없이 이 오디오쇼에 참석했다. 앞에 보이는 매칭은 111E(스피커) + 8011AM(파워앰프) + 6010D(프리앰프) + 1531(CDP)로 이루어져 있다. 뭐 MBL 하면 '막강 파워'가 떠오른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가지고 이런 디자인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나에겐 새롭다.

언젠가 뉴스 기사로 본 듯하다. 페라리아트엔진 스피커..아래 그림에 페라리 자동차가 보이는 것은 뭔가 관련이 있다는 것~! 페라리 자동차측에서 뭔 허가권을 줬다는거 같은데 그게 재질인지, 디자인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자동차에 관심 많은 드라이버들은 혹~할지도 모르겠다. 빨간색이 스포츠카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마젤란 콘체르토 SW2 스피커와 Sanctus 케이블, 그리고 Simaudio CDP, Pre/Power 매칭 사진이다. 우선 하얀 동아밧줄(?) 같은 케이블이 시선을 끌었다. 비싸겠지? 소리가 선명하고 깨끗한 것이 장점인 듯 싶다. 역시 좋은 소리는 누가 들어도 좋은 법이다. 그리고 큰 공간을 메우는 깨끗한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저역, 보컬 사운드를 들어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Audio Consulting의 Dulcet 스피커이다. 양희은씨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정겹게 들렸다.

Analysis/ oval one 인터선이다. 다른 건 아니구, 보라색이 이뻐서 찍었다. 난 왜 이리 보라색에 열광하는 걸까? 보라색을 좋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싸이코라지?

KEF도 보였다. 이번에 새로 출시한 FiveTwo 스피커 시리즈와 Reference 시리즈이다. 사진이 좀 잘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Reference 시리즈 소리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조용필 오빠(?)가 구성지게 한 곡조 뽑았다. 노래를 잘하는건지 스피커가 잘 울리는건지..아무튼 그 자리를 박수치면서 뜨고 싶었다.

야마하이다. 야마하 RX-V1700 내부 사진과 Soavo 스피커 내부, 전경 사진이다. 난 야마하 하면 우선 악기부터 떠오른다. 그래서 이런 스피커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소리는 안들려줘서 못들었다. 내가 못들었나..!

Isophon의 Arabba 스피커이다. 여성 보컬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다인오디오이다. 지난 라스베가스 CES 쇼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M15 엑티브 스피커와 거물급 Temptation 스피커 사진이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M15 스피커는 역시 훔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다인오디오 템테이션 스피커는 어마어마한 가격 만큼이나 사람들을 압도하는 뭔가가 있었다. 템테이션도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울렸다. 우리보다 큰 공간에 우뚝 양쪽을 지키고 서 있는 템테이션은 스피커의 존재감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전혀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것 같지 않게 여성 보컬이 그 무대를 압도하고 있는 듯 했다. 역시 인상적이었다!

Verity Audio의 Lohengerin II 스피커이다. 차분한 곡이 울려서 일까 차분하게 퍼뜨리는 사운드는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왠지 공간을 채우기에는 힘이 부족해 보였다. 앰프 탓일까? 스피커 탓일까? 그리고 이런걸 밸런스 매칭이 안되서 그렇다고 말하는 걸까? 스피커에서 양쪽의 사운드가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이 좀 어색했다. 이건 단순히 스피커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날의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Hansen Prince 스피커에 Meridian CDP, 그리고 Boulder 앰프의 매칭이다. 바이올린 소리가 날카롭지 않고, 매끄러우면서 선명하고 깨끗하게 들렸다. 셋업도 잘되고, 스피커의 존재감도 전혀 없었다. 중앙에는 흑인으로 들리는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만이 있을 뿐이었다. 한 10분 남짓을 스피커 앞에 앉아 있었다. 공간이 컸음에도 파워도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차분히 앉아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Jamo의 R-909 스피커이다. 이것도 생각보다 크기가 엄청 컸다. 이 스피커를 보면서 역시 빨간색은 매력적인 색상이라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하지만 포스는 페라리가 더 컸다.

독일 혼 스피커 제조사인 Avantgarde의 Spherical 혼 스피커 시리즈 사진이다. 보다 큼직한 것은 Meta Primo 이고, 작은 것은 Nano라는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싸이먼 & 가펑클의 Sounds of Silence가 들렸다. 기타/드럼/보컬의 사운드 분리가 잘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혼 스피커 특유의 매끄럽고,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 모양도 왠지 혼 스피커하면 거북스러운 감이 있었는데 작은 것쯤 하나는 집안 공간에 들여 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 밖에도 데논, 마란츠, 탄노이 등 부스가 있었지만, 끝날 막바지 시간이라 다들 물건을 싸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난 그냥 이것으로 전시 구경을 접어야 했다.

전시가 끝나고, 난 집으로 향했다. 나오다가 코엑스서 했다는 기념으로 촌스럽지만 하나 찍어두었다.

봄 기운이 완연하다. 아~ 음악과 어우러진 이 좋은 봄날이라~!!

 보라색 꽃이 또 나를 붙잡았다. 팬지 변종인가?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발바닥은 불이 났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찍어 두었다. 역시 이뻐~!

쇼는 끝났다~! 이런 오디오쇼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역시 중요한건 다 함께 즐기는 것이리라 믿는다. 난 이번 쇼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음악의 위.대.함을 느꼈다. 사람들의 이러한 저러한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난 사람들의 즐거워 하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쇼에 함께 참석했던 업체 준비자들, 관계자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음악 애호가들 모두에게 이런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