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Roon)

우선 용어와 개념 설명이 순서다. 룬은 2015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네트워크 기반 음악재생 플레이어. 쉽게 말해 PC, 맥, 노트북, 일부 오디오 앱에 깔아놓고 쓰는 유료 음악재생 플레이어다. 처음 2주 동안은 무료로 쓸 수 있고, 이후에는 1년에 119달러를 내야 한다(평생회원은 499달러). 아이튠즈나 오디르바나 플러스, 푸바를 생각하면 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랜선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음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끌어온다는 점. 거의 전문가가 만든 데이터베이스 수준이다. 이게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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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은 또한 네트워크 기반이기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CD급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이나 BBC, Classic fm 같은 인터넷 라디오도 플레이할 수 있다. 아이튠즈와는 달리 flac 파일과 DSD 파일도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룬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인터넷이 되는 노트북 수준이 아닌, 오디오용 전문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룬이 네트워크에 최적화한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원래 사무용으로 출발한 노트북의 네트워크 환경은 까다로운 음악 애호가들의 기준치에는 많이 모자란다. 즉, 내장 앰프를 비롯해,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내장 컨버터(DAC), 내장 스피커의 품질이 전문 오디오 기기에는 훨씬 못미친다.

◇타이달(Tidal) 

타이달은 원래 노르웨이·스웨덴 합작회사인 '아스피로'(Aspiro)가 2014년 출범시킨 무손실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인데, 2015년 1월 미국의 유명 랩퍼인 제이 지가 우리돈으로 62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정식 론칭은 안했지만 국내에서도 여러 방법을 통해 유료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타이달이 정식 론칭한 외국 여행 중에 가입하거나 외국에 있는 친인척을 통해 가입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오디오 업계와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바로 이 타이달이다. 오포, 오렌더, 네임, 린, 에소테릭, 웨이버사, 데논, 루민 등 국내에 출시된 웬만한 유무선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은 너도나도 '타이달 지원'을 외치고 있다. 물론 룬 레이디 인증마크를 받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면 룬을 실행시키면 자동으로 타이달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뮤직(Apple Music), 구글 플레이 뮤직(Google Play Music), 벅스, 멜론, 엠넷 같은 국내외 수많은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가운데 유독 타이달이 주목받는 것은 왜일까. 1년6개월여 동안 타이달을 이용하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 2가지 이유다. 바로 '무손실 CD음질'과 '방대한 음원 보유량’, 그리고 올해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일종의 고품질 음원 ‘MQA’ 때문이다.    

디지털 음원의 음질을 재는 대표적인 척도는 '해상도'(bit depth)와 '샘플률'(sample rate), 그리고 '정보량'(bit rate)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1982년 탄생한 CD다. CD는 아날로그 음원을 16비트 해상도와 44.1kHz의 샘플률로 디지털화해 디스크에 심어넣은 저장매체. 특정 순간의 아날로그 음악신호의 위치를 6만5536개(2의 16승. 해상도)로 쪼갠 세로축과, 1초 기준 4만4100개(샘플률)로 쪼갠 가로축의 특정 교차값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때 CD의 정보량(비트레이트)은 어느 정도나 될까. 계산을 해보면 1초 동안 CD에 몇 비트의 정보가 담기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16비트 X 4만4100 X 2(스테레오) = 141만1200비트'가 된다. 한마디로 CD가 1초 동안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양은 ‘1411kbps’라는 것이다.    

타이달이 ‘무손실 CD음질’이라는 얘기는 결국 이 ‘1411kbps’의 정보량을 그대로 스트리밍해서 전해준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는 ‘손실’이다. 멜론 등 국내 서비스와 스포티파이는 최고 320kbps, 애플뮤직은 최고 256kbps에 그친다. 파일 타입 역시 타이달은 ‘무압축’ FLAC(오디오파일 저장형식)인데 비해, 멜론은 '압축' MP3(별도 FLAC 서비스가 있지만 이는 다운로드만 가능), 스포티파이는 '압축' Ogg, 애플뮤직은 '압축' AAC 파일이다.    

방대한 음원 보유량도 타이달의 강력한 무기다. 현재 타이달에는 4000만곡, 스포티파이에는 3000만곡, 애플뮤직에는 수백만곡이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오디오 애호가들이 즐겨 듣는 클래식과 재즈 장르의 카탈로그는 다른 서비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타이달이 음악을 소비하는 행태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 월정액으로 CD 2장 값 정도인 19.99달러를 내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터지면 4000만곡의 음원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CD음질과 똑같은 상태 혹은 스튜디오 마스터 음원 수준으로 말이다.

◇MQA(Master Quality Authenticated)
   
MQA는 영국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Meridian)에서 개발한 최신 고음질 압축 포맷. FLAC이나 WAV 포맷의 경우 무손실이기는 하지만 고해상도 음원을 보관하고 전송하기에는 용량이 너무 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메리디안이 주도해 개발한 새로운 ‘압축’ 포맷이 바로 MQA이다. 한마디로 MP3 같은 다른 ‘손실’ 압축 포맷과는 달리, 스트리밍 시대에 발맞춰 고품질을 유지하면서도(무손실) 용량은 획기적으로 줄인 음원 포맷인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MQA는 스튜디오 마스터 음원 수준인 24비트 음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합종연횡이 벌어졌으니 바로 위에서 말한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이 지난 1월7일부터 MQA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 'Settings' 화면에 들어가보면 예전 'HiFi' 레벨이 ‘HiFi/Master' 레벨로 변경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존 'HiFi' 가입 회원의 경우 MQA 음원을 자동으로 들을 수 있다는 뜻. 실제로 필자가 쓰고 있는 맥북에어의 타이달 앱을 플레이시켜보면 ‘Album(앨범)’ 섹션과 ‘Playlists(플레이리스트)’ 섹션에 'MASTER' 코너가 생겼다. 주로 유명 팝, 록 앨범이 대부분이고 그 다음이 재즈이며 클래식 음악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MQA 음원을 직접 혹은 타이달을 통해 플레이시킨다고 해서 그 음원의 100% 실력을 그대로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생이야 물론 되지만 압축된 고품질 음원을 원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이 없으면 결국 ‘압축’ 음원의 소리를 들을 뿐이다. 음원 플레이어나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이를 위한 ‘MQA 디코더(decoder)’ 장치가 설치돼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를 빌미로 영국의 린(Linn) 같은 유명 네트워크 플레이어 제작사는 ‘MQA는 결국 일종의 라이센스 수입을 얻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며 MQA 디코더 장착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