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2000년에 설립된 신생 브랜드 이벤투스는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짧은 리뷰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디오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충분히 마케팅 분석을 했을 것이며, 경쟁력을 갖기 위해 기존 스피커 브랜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은 벤치마킹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이벤투스의 첨단 기술력은 과거 B&W 사에서 R&D에 과감히 투자하고 노력한 모습과 비슷하며, 다양한 유닛의 선정과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음향 철학은 유럽과 북미 메이커의 장점을 흡수하려 애쓴 흔적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이탈리아적인 사운드 성향만을 담아내고 있지 않다. 가장 이탈리아적인 뉘앙스를 이야기한다면 공예품에 가까운 섬세한 만듦새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전통적인 수공예품에서 볼 수 있는 장인정신을 캐비닛으로 표현하려 하는데, 그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를 통해 이벤투스 사에는 Nebula, Phobos, Metis, Sophis의 4개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이번 리뷰는 북셀프형의 메티스(Metis)란 제품으로 국내에 들어온 동사의 첫 제품이기도 하다. 그들의 모델 중 가장 상위 제품인 듯한 Nebula는 플로어 스탠팅형으로 3웨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스피커 제품으로는 보기 드문 주파수 대역이 인상적이다. Phobos은 바로 아래 제품으로 미드레인지를 트위터 상단에 배치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홈시어터의 대응 제품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Sophis 제품은 센터 스피커 제품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메티스와 동일한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메티스의 박스를 열어보면 독특하게 책자나 팜플렛 형식의 매뉴얼이 아닌 CD 매뉴얼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액세서리를 한 세트로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육면체 느낌의 외관에서 벗어난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아크릴 재질의 전면 그릴이 더욱 눈에 뜨일 것이다. 사용된 우퍼는 15cm로 모렐 사의 것이며, 트위터는 2.8cm 에소타의 제품으로 전형적인 2웨이 베이스 리플렉스형 스피커이다. 하단에 별도로 네트워크를 캐비닛의 바깥으로 분리해 놓았는데, 네트워크부는 공심 코일과 솔렌 사의 폴리프로필렌 타입의 콘덴서, 카본 저항을 사용하고 있으며, 오디오퀘스트 선재를 내부 배선제로 사용하여 WBT 터미널로 마감 처리하고 있다. 메티스는 스틸 재질의 전용 스파이크를 제공하고, 이를 위한 전용 스탠드를 구성하여 일체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스탠드의 구조나 네트워크, 그리고 포트의 구조를 보면 외관은 다르지만 구조적인 측면은 마치 윌슨 베네시의 아크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그들이 자랑하는 노하우를 살펴 볼 차례인데 SACC라는 생소한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SACC(Simulated Anechoice Cabinet Construction) 테크놀러지란 의미 그대로를 풀이한다면 ‘모의시험을 통한 울림이 없는 캐비닛 구조 기술’을 말하는데, 이미 캐비닛의 중요성은 수많은 전문 브랜드에서 입증을 해오고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과 기술력으로 새로운 재료나 구조를 통해 울림을 최소화하고 밀도를 최대로 끌어 올리는 방법을 시도해 왔다. 이벤투스 사도 예외가 아니며, 이들은 SACC라는 새로운 기술력으로 그들만의 노하우를 추구하고 있다. 겉보기에 마치 홈을 파 놓은 듯한 캐비닛 모습이지만 적층으로 이루어진 13층 구조의 개별적인 내부 형태를 가진 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끄럽게 잘 마감된 외부와 달리 내부에는 상판과 하판을 제외한 모든 판들이 우퍼, 트위터의 성향과 아래로 향한 베이스 덕트 구조를 함께 시뮬레이터를 거쳐 난반사와 흡수를 적절히 결합하여 공진에 대응하고 있다. 문득 대학시절에 진동학을 이수했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이와 연계되어 진동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지진이나 진동에 강하게 하기 위해 고층 건물을 지을 때 단단한 기둥 하나를 설치하기보다는 층별로 별도의 구조로 쌓아 올려 진동을 흡수하는 것이 생각났다. 그들이 제공하는 테스트 결과를 보면 SACC 테크놀로지를 사용한 캐비닛에서 각 주파수대별로 불필요한 공진이 최소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실제 음악 청취에서 냉정함보다는 정갈하고 깔끔한 소리를 재확인했다.

첫 곡으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중 제2곡 d단조 BWV1004(나탄 밀스타인)를 들어보았다. 메티스는 바이올린의 윤기를 잘 살려 내고 있다. 세련미와 냉정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밀스타인의 활은 제품 특유의 고역 특성과 잘 어우러진다. 여기에 솔로 바이올린 파르티타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애절함을 잘 이끌어내고 있다. 중역대 질감만을 강조하는 기존 이탈리아 제품과는 거리를 두어 현대적인 세련된 고역의 유연함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비록 곡은 짧지만 그 시간 속에서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스피커 소리 성향이다.
다음 역시 바흐의 곡으로 이번에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제1곡 G장조 BWV 1007(로스트로포비치)을 들어 보았다. 메티스를 통해 느껴지는 그의 첼로 선율은 넓은 교회의 홀 분위기를 고스란히 연출해 내고 있다. 한마디로 공간의 깊이를 잘 느낄 수 있는데, 앞서 들었던 바이올린의 차가움과 달리 첼로에서는 여유와 깊이 있는 소리 질감이 살아 있어 마치 첼로가 눈앞에서 적절한 통울림과 함께 활을 거쳐 손끝의 움직임을 화면에 그려 놓듯 회화적인 느낌을 주었다. 볼륨을 서서히 높일수록 이런 느낌은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데, 로스트로포비치 손끝에서 묻어 나오는 움직임이 더욱 생생하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첼로의 통 저음은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표준을 벗어난 새로운 기준의 제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저역 울림이다.

대편성곡으로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어네스트 앙세르메-스위스 로망디 오케스트라)를 들어 보았다. 필자는 2악장과 4악장을 즐겨 듣는데, 공간의 입체감이 뛰어나 넓은 스테이지의 형성이 돋보인다. 제1 바이올린은 다소 가볍게 전개되지만, 제 2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조화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있는 목관악기들의 위치들은 관현악곡의 묘미가 무엇인지 말해 준다. 금관악기들은 잔향 없이 분산되는 음을 표현하여 중역대의 불필요한 부풀음과 과장을 배제하고 있다. 곡이 전개될수록 바이올린이 귀에 익숙해지면서 강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매력이란 느낌을 받게 되었으며, 앞서 첼로 모음곡에서 들었던 그것에 깊이가 더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악장은 세밀한 연출에서 에소타 트위터 특유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는데, 분석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고역을 중심으로 들어 본다면 이보다는 ‘마력’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이다.

보컬 곡은 팝페라 가수 조쉬 그로반의 <Closer> 앨범에 수록된 ‘When you say love me’를 들어보았다. 그는 20대의 청년이지만 원숙함과 완벽함을 가진 팝페라 가수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호소력 있는 그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어 그를 중심으로 화려하게 연주되는 반주 악기들이 그와 적절한 거리를 두어 중심에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는데,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고음부 처리에서도 매끄럽게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며, 클라이맥스는 그의 정적인 목소리가 절정에 달하는데 아마도 메티스가 만들어 낸 효과가 아닐까 싶다. 문득 국악이 듣고 싶어 김죽파의 풍류 가야금 곡을 들어보았다. 이벤투스와 국악의 만남? 조금 엉뚱하긴 하지만, 실제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가야금 현의 매력은 바이올린이나 첼로로 대변되는 서양의 현악기들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피아노곡 대신 가야금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층층이 쌓인 인클로저 특성은 음악의 재생에서 마치 동양화의 여백미를 살린 듯한 느낌을 주었으며, 동양적인 소리 느낌이 잘 전달되어 흥미로웠다.

마지막 곡은 스코트 헤밀턴의 알토 색소폰으로 ‘Autom Leaves’를 들었는데, 현장감과 색소폰의 농도 짚은 밀도감이 전체 공간을 가득 채워 주었다. 색소폰을 시작으로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연주에서 메티스는 어느 한 부분 놓치지 않으며, 피아노는 터치감을 중시하여 지극히 자연스런 소리를 재생해 준다. 이 때의 자연스러움은 단정함이나 차분함는 거리가 멀고, 냉정함을 유지한 건반의 터치감을 느끼게 한다. 드럼과 피아노의 움직임은 왜 재즈곡을 듣게 되는지를 알려 주는데, 무엇보다 이 곡에는 라이브한 느낌이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벤투스의 다른 제품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메티스의 소리를 그들의 철학이라고 본다면 고출력 솔리드 앰프들과 조합하면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청을 하는 동안 이 제품은 하이엔드적인 기질이 넘쳐났는데, 단순히 첫 사운드의 느낌만으로 결론을 지어서는 안 되고, 다양한 장르를 들어보면서 서서히 이벤투스의 장점과 개성이 파악될 것이며, 숨겨진 가능성도 엿보게 된다. 좋은 제품을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특히, 앰프나 소스기기와 달리 스피커는 더욱 그러한데, 이번에 새롭게 만난 이벤투스의 메티스는 주관적 또는 객관적인 평가의 입장을 떠나서 맘껏 기대하게 하는 좋은 제품이다. 기존의 이탈리아 사운드만을 생각해선 안 되며, 새로운 제3세계의 제품으로 분류하여 사운드를 이해해야 한다. 이벤투스의 스피커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볼 필요가 있다.

수입원 : 우리오디오 (02)2246-0087
구성 :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 우퍼 15cm, 트위터 2.8cm
재생주파수 대역 : 55Hz-20kHz
출력음압레벨 : 88dB/W/m
크기(WHD) : 28x37x31cm
무게 : 15kg
홈페이지 : www.eventusaudio.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