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도 다소 특이하고, 비엔나의 제품이라는 희소가치, 그런 장점이 있기 때문인지 국내에서도 상당히 애호가가 있는데, 언젠가 수입원인 샘에너지의 안덕환 회장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자기는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스피커를 가장 좋아한다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 수입상에서는 여러 군데의 기라성 같은 스피커들이 많이 수입된다. 또 그 분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제품도 명기가 많이 있다. 그런데 왜 나는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는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스피커를 가장 좋아하게 됐을까? 오디오쟁이의 속성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의 의견보다도 타인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그 한마디만 빙빙 맴돌 뿐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그 뒤로는 없었는데, 이번에 이 작은 미녀를 만났다. 거론할 것도 없이 이 제작사는 우수한 성능임에도 영국식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해서 특별히 고가의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 적합한 가격대를 고수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양식을 가진 제작사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본 시청기 이전에 이미 오리지널 하이든 그랜드가 있었다. 그것을 소폭 개량하면서 하이든 그랜드 심포니 에디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다소 거창하기는 하지만 뭔가 있는 것 같아서 기대가 되기도 한다.

개량 점은 우선 우퍼가 종전에는 5인치였는데 6인치로 커진 것이고, 클림트 시리즈에 사용된 X3P 스파이더 콘 우퍼가 채용되었다. 들여다보면 진기하고 멋있다. 유리 막 같은 합성수지로 되어 있고, 그 내부에는 우산살 같은 방사형의 버팀 선들이 둘러쳐져 있다. 아마 우퍼의 강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새롭게 튜닝한 네트워크로 더욱 개선된 성능을 자랑한다. 하이든 그랜드의 트위터부가 인상적인데, 실크 돔 트위터를 평면 배플에 부착한 것이 아니라 후면을 둥그렇게 파내고 그 위에 마치 작은 교량처럼 트위터부를 걸쳐 놓았다.

마치 혼 스타일의 트위터 효과를 노린 것이다. 무슨 효과인지는 상세한 자료가 나와 있지는 않고, 사실 이런 효과라고 해 봐야 재질은 동일한 것이니 별반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잘 모르는 평가이지만, 그러나 음은 더 한층 부드러워지고 풍부해진 것이 확실하다. 트위터부의 특징이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대단히 멋스럽게 치장되어 있고, 소형기라고 해도 고가의 제품이 많기 때문에 좀 어림잡아 500-600만원대를 예상했는데, 알고 보니 매우 저렴한 편이라 놀랐다. 소리를 들어 보고 난 뒤의 소감이다.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스피커들은 흔히 클래식용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비엔나라는 지명에서 오는 느낌일 것이다.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동사의 스피커들은 굉장히 중용적이고, 5분 게임보다는 최소한 5시간 게임을 해야 납득이 갈 수 있을 만큼 소리의 특성을 잡기가 다소 애매했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성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 컬러링이 상당히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추어들은 얼른 끌리지 않으며, 상당한 고수급들이 좋아할 만한 소리였다는 것이 중론. 5분 게임과 흡사할 수밖에 없는 시청기 테스트에서 내가 얼른 끌리는 맛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을 것이다.

시청기를 처음에는 온쿄의 인티앰프와 연결해 놨다(이번 호 온쿄 시청기 참조).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는 것을 온쿄의 시청기에 기록해 놨다. 그 원인이 고가의 CD 플레이어라는 것을 깨닫고 데논의 저가형 CD 플레이어로 바꾼 즉시 소리 경향이 상당히 달라졌다. 그러니 스피커에서 내 주는 소리도 당연히 달라지는데, 그 차이라는 것을 알아보는데 또 시간이 다소 걸린다. 앰프의 소리와 스피커의 소리, CD 플레이어의 소리를 제각각 분리시켜 한꺼번에 파악한다는 것은 내 귀가 측정기 3대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이상 어려운 작업이지만 스피커의 경향은 대강 짐작이 된다. 이 스피커는 그동안 비엔나 어쿠스틱스에 대해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이건 뭔가 좀 있는 스피커로군’ 하는 반응을 재빨리 가져다주는 능력을 지녔다. 소형기라고는 약간 의심이 들어서 나란히 세워둔 대형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한 번 확인을 해 봤을 정도로 음장감이 크다. 그리고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 제작사의 전통인 자연스러움과 고아한 맛이 푹 배어 나온다. 품격 있는 아름다운 홀에서 사회자가 ‘레이디스 앤드 잰틀맨’이라고 인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감도가 88.5dB에 불과한데도 앰프 출력에 그다지 뻑뻑하지 않기 때문에 소출력의 진공관이나 인티앰프 제품에도 적응력이 좋겠다. 소형기의 평준화가 아니라 이런 정도 되면 하이엔드의 평준화 소리를 들어도 조금치도 이상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