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진공관 앰프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제작사 트라이오드에서 새롭게 내놓은 KT88 진공관 푸시풀 인티앰프 TRV-88XR과 소형 스피커의 명기 하베스 P3ESR XD를 매칭한 시스템을 만난다. 매칭 기기는 주로 수입사의 추천으로 결정되는데, 때로는 기막힌 매칭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심심찮게 만난다. 이 매칭은 과연 어떨까?

후배 한 사람의 시스템은 가격도 싸고 허름한 데다가 중고를 구입해 누가 봐도 별 볼일 없는 시스템인데, 그 소리 하나는 찬탄할 만하다. 간혹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뒷소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틀림없이 동호인들끼리 느끼는 시기, 질투의 시각일 것이다. 이 매칭의 경우도 겉보기에는 규모가 작고 가격도 평범한 수준이라 우습게 볼 수도 있겠지만 결과는 그렇기 않았다.


먼저 인티앰프를 만든 트라이오드는 일본의 장인 정신을 보여 주는 오랜 전통의 진공관 앰프 전문 브랜드로, 가격대는 대중적이지만 음질 위주의 설계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 여러 오디오 전문지에서도 베스트 바이로 일찌감치 선정해 놓은 바 있다. 또한 이 제작사의 장점은 트랜스와 회로 부분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런 정석대로 수작업을 한 동사 앰프는 내구성이 대단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

시청기 TRV-88XR은 전작을 더욱 개선한 버전업 기종이다. 구 모델과 외견상 별 차이점이 없어 보이지만 개선점이 많다. 가장 큰 개선점은 바이어스 미터와 KT88/EL34 전환 스위치를 구비한 것. 그래서 이 바이어스 미터를 보면서 간단하게 진공관의 바이어스를 조정할 수 있게 되었고, KT88/EL34 전환 스위치가 추가되어 출력관의 교환이 손쉬워졌다. 동일한 5극관이지만 EL34는 KT88과는 또 다른 소리를 내주는데, 이제 간단히 진공관을 바꾸어 소리의 차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5극관의 대명사인 KT88 진공관의 힘 있는 구동력과 EL34의 유려한 음색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앰프로 완성된 것이다. 그 다음 변화점은 입력 실렉터 전환이 리모컨으로 가능하게 되어 편리성이 향상되었다는 것이고, 스피커 터미널이 구 모델에서는 6Ω과 8Ω용으로 세분화되어 있었지만 TRV-88XR은 4-8Ω 대응으로 통일시켰다.

이 앰프는 음색적으로 너무 가늘지도 두텁지도 거칠지도 않으며, 진공관 특유의 온기와 음색적인 질감의 표현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데, 소리의 평가를 요약하자면, 깨끗하고 음장감이 큰 스케일과 오케스트라의 재현에서의 악기의 음색이 매우 사실적이며 요염한 표현을 내주는 것이 특징.


매칭 스피커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정도인 소형 명기 하베스 P3ESR XD이다. 이 스피커는 영국 BBC 모니터 스피커의 영원한 고전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전설 LS3/5a를 리바이벌한 제품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것도 오리지널 LS3/5a를 그대로 복각한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의 스펙 범위를 충분히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 또한 XD라는 명칭이 새로 붙었는데, 이는 하베스의 40주년 기념작을 다시 한번 개선한 동사의 새로운 시리즈 XD(eXtended Definition)라는 의미.


고전 음악처럼 오디오 기기도 벌써 한 세기를 넘겨 진보해 왔는데, 오랜 오디오의 역사에서 명문, 명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BBC 모니터가 한 손에 꼽힐 것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기종이 바로 LS3/5a인 것이다. 이 기종은 처음부터 이동용 라디오 방송 차에 설치하기 위해 만들어져서 가정에서 쓰기에는 다소 작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겠지만, LS3/5a는 3평 정도의 공간이 아니라 그보다도 세 배 더 큰 공간에서도 낭랑하고 힘차게 울린다.

일반 거주 공간에서도 적절하다고 인정받은 이 스피커는 방송 모니터보다도 홈 스피커로 더 인기 만점인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가정용으로도 훌륭하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군데 제작사에서 지금도 경쟁적으로 동일한 스펙으로 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여러 제작사의 제품을 들어 봤지만 소리가 미묘하게 달랐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이 꼬마 스피커를 사용하는 인구도 엄청난데다 국제적으로 애호가 클럽도 여러 개가 된다.


LS3/5a 제품에 관심이 있다면 오디오 마니아 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스피커의 역사 속에 뚜렷이 자리 잡고 있는 대표 기종인데, 오리지널 LS3/5a와 변종인 하베스 P3ESR XD가 어떤 점이 다른가 국제적인 논쟁이 벌어졌을 정도로 화제가 만발했다. 결론은 당연히 용호상박. 두 기종 모두 훌륭하다가 귀결이다.

하베스의 제품은 당연히 하베스의 특장점이 담겨 있는 래디얼2 미드·우퍼를 사용했고, 최신 기술로 개량되었다는 설명이 따른다. 다소 밋밋했던 인클로저도 멋진 와인 컬러로 단장되어 볼거리가 늘어났다. 비할 데 없이 정확한 미드레인지와 크기에 비해 깊은 베이스는 경탄스러울 정도.


이 매칭에서는 달콤함과 매끈함, 청초감이 전면에 느껴진다. 반면 대출력 반도체 앰프와의 매칭에서 들리던 밀도감과 펀치력은 다소 감소한다. 그러나 그 점이 또 매력. 보통 방에서 혼자 조용히 음악을 즐기려는 분에게는 이 정도 이상의 펀치력은 낭비에 불과할 터이다. 누가 들어도 A+ 등급의 소리이다.

Harbeth P3ESR XD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1cm RADIAL2, 트위터 1.9cm 

재생주파수대역 75Hz-20kHz(±3dB) 

출력음압레벨 83dB/2.83V/m 

임피던스 6Ω 

권장앰프출력 15W 

파워핸들링 50W 

크기(WHD) 19×30.6×18.4cm

무게 6.1kg


Triode TRV-88XR
사용 진공관 KT88×4, 12AX7×1, 12AU7×2 

실효 출력 35W(8Ω)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MM)×1 

주파수 응답 10Hz-90kHz(-4dB) S/N비 90dB 

입력 감도 340mV, 2.5mV(MM) 

입력 임피던스 100㏀, 47㏀(MM) 바이어스 미터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34.5×18.5×32cm 

무게 17kg

출처 : 월간 오디오(http://www.audio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