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면 아시겠지만 미국 락포트(Rockport Technology) 스피커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락포트 ‘Lyra’는 압솔라레 인티앰프와, ’Cygnus’는 브라이스턴 파워앰프와 매칭됐다. 영국 이어 요시노(EAR Yoshino)의 프리, 파워앰프에 매칭된 ‘Atria 2’는 “분해능과 이미징, 음의 가닥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추스리는 디테일이 압권”이었다. “트위터에서 흘러나오는 에어리한 고역음 또한 인상적이었으며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재생음을 들려줬다”. 이번 리뷰는 바로 이 락포트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Atria 2’에 대한 시청 보고서다.

아, 리스트에는 못들어갔지만 2017 멜론 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 필자가 좋게 본 매칭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독일 T+A 풀시스템과 락포트 ‘Atria 2’였다. 네이버 블로그 등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이 조합을 올해 서울국제오디오쇼의 베스트 사운드로 꼽은 애호가들이 꽤 많았다. 참고로 당시 내한한 T+A 제임스 샤논(James Shannon) 해외세일즈 이사를 만나 락포트와 매칭 사운드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들어보니 그의 답은 이랬다. “사실 락포트 CEO인 앤디 페이어(Andy Payor)와는 친구 사이다. 락포트 사운드는 언제나 중립적이고 자연스럽다.”

“락포트의 스피커 사운드 철학”

락포트(Rockport Technology)는 엔지니어 앤디 페이어가 1984년 미국 메인주 락포트에 설립했다. 처음 사명은 ‘Payor Acoustics’였으나 1991년에 ‘Rockport’로 바꿨다. 그리고 그해 1억원짜리 턴테이블 ‘Sirius’를 발표, 화제를 모았고 ‘Sirius’는 곧바로 소니/CBS 방송사의 레퍼런스 시스템으로 채택됐다. 락포트가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 때부터다.

이후 스피커 개발에 올인해 현재 플래그십 ’Arrakis’(4웨이 7유닛), ‘Lyra’(3.5웨이 5유닛), ‘Cygnus’(3웨이 4유닛), ‘Avior 2’(3웨이 4유닛), ‘Atria 2’(3웨이 3유닛), ‘Alya’(2웨이 2유닛)가 포진해 있다. 모두 플로어 스탠더다. 참고로 락포트 스피커 모델명은 모두 별자리와 관련이 있는데, ’Arrakis’는 용자리의 뮤별, ‘Lyra’는 거문고자리, ‘Cygnus’는 백조자리, ‘Avior’는 용골자리의 엡실론별, ‘Atria’는 남쪽삼각형자리의 알파별, ‘Alya’는 뱀자리의 세타별이다.

필자가 보기에 락포트 스피커의 핵심은 1) 전면 배플에 특히 신경을 쓴 견고한 인클로저, 2) 주파수 응답특성과 댐핑력이 탁월한 유닛, 3) 에어리감이 좋은 베릴륨 트위터, 4) 회절과 정재파를 줄인 다면체 인클로저 설계다. 최근에는 베릴륨 트위터 둘레에 넓직한 웨이브 가이드를 달아 고역의 확산성을 늘리고 미드베이스 유닛과 밸런스를 높였다.

어쨌든 이같은 설계 디자인을 통해 1) 왜곡과 착색이 없는 사운드, 2) 빼어난 대역밸런스, 3) 광대역 재생을 선보인다. 하이엔드 피아노에 버금가는 고급 래커 마감도 빼놓을 수 없는 큰 특징이다. 개인적인 인상은 1) 덩치나 인상에 비해 매우 방순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2) 대역간 이음매가 매우 부드럽다, 3) 특히 고역대가 실키한 것을 넘어 달콤하기까지 하다, 4) 피아노 마감을 비롯해 전체적인 만듦새가 매우 꼼꼼하고 고급스럽다로 요약된다.

그리고 각종 인터뷰와 락포트 홈페이지를 정리해보면 앤디 페이어의 스피커론은 이렇다. “이상적인 스피커는 드라이버에서 재생되는 음향이 정확히 스피커에 입력되는 신호 그 자체여야 한다. 디스토션(distortion. 왜곡), 특히 인클로저의 공진에 유의해야 한다. 경도(stiffness)와 댐핑에 신경써야 한다.”

“Atria 2 본격 탐구”

시청기인 ‘Atria 2’는 올해 버전업된 모델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1인치 스캔스픽 베릴륨 트위터에 넓직한 웨이브 가이드가 달린 것. 밑에 달린 6인치짜리 미드레인지 유닛에 필적할 만큼 넓다. 이 웨이브 가이드는 최근 락포트 전 라인업에 채택됐는데, 필자가 아는 한, 트위터 주변에 이렇게 ‘얕은 혼’ 스타일의 웨이브 가이드를 달 경우 예상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웨이브 가이드는 트위터 앞에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해 트위터가 마치 미드베이스 유닛처럼 더 많은 공기를 밀어낼 수 있게 해준다. 즉 트위터의 직경이 사실상 확장됨으로써 트위터의 저역 하한선이 대폭 내려가게 된다.

2) 웨이브 가이드는 또한 트위터를 보다 인클로저 안쪽에 위치시킴으로써 미드베이스 유닛과 보이스코일 위치가 거의 동일하게 만들어 준다. 이로써 두 유닛간 ‘시간축 일치’(time alignment)가 가능해진다.

3) 웨이브 가이드 직경이 트위터 밑에 달린 미드레인지 유닛과 비슷하게 커질수록 2개 유닛에서 나온 소리가 동일한 패턴으로 방사된다.

4) 웨이브 가이드를 통해 트위터의 비직선성이 완화돼 결과적으로 청음공간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

‘Atria 2’는 이처럼 베릴륨 트위터에 웨이브 가이드를 단 것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락포트 고유의 인클로저 설계, 특히 전면 배플의 무공진 설계야말로 락포트의 ‘중립적이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완성시킨 일등공신이다. 일단 ‘Atria 2’는 프레임과 바디가 통으로 이뤄진, 이른바 ‘모노코크’(monocoque) 구조다. 에폭시 수지 코어 앞뒤를 고강도 레진으로 두른 뒤 이를 다시 유리섬유가 덮어 강도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특히 유닛이 달려 실제적으로 가장 많이 떨릴 수밖에 없는 전면배플은 무려 4인치 두께에 달해 스피커 최대의 적이라 할 공진(resonance)을 최대로 억제, 결과적으로 재생음의 왜곡과 착색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인클로저 디자인은 표면과 모서리의 회절(diffraction) 방지와 내부 정재파(standing wave) 감소를 위한 다면체, 비대칭 구조를 채택했다. 유닛의 크기에 맞게 전면배플 폭을 깍아내고, 전면배플과 측면 인클로저가 만나는 모서리 역시 시원하게 깍아내는 한편, 후면으로 갈수록 폭이 원호를 그리며 좁아지는 구조를 통해 회절과 정재파라는 두 마리 ‘악동’을 제압한 것이다. 잘 아시는 대로 회절은 유닛에서 나오는 재생 주파수가 배플에 맞고 튀어나와 전체적인 사운드를 혼탁케 하는 현상이고, 정재파는 주로 직육면체 내부 공간에서 피크(peak)와 딥(deep)을 일으키는 특정 주파수다.

유닛 또한 락포트의 설계 철학이 집중된 파트다. ‘Atria 2’의 경우 6인치 미드레인지 유닛과 9인치 베이스 유닛이 각 1개씩 장착됐는데 모두 체크무늬 다이아프램(진동판)이 눈길을 끈다. 로하셀(Rohacell) 진동판을 중심으로 양쪽에 카본섬유(carbon fibre)를 마치 샌드위치처럼 입힌 후 고온, 고압으로 단단히 응축시켰다. 탄소섬유를 쓴 것은 내구성은 물론 질량 대비 강성을 높임으로써 진동판의 피스톤 동작을 전 대역에서 더욱 민첩하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더욱이 이 진동판은 각 부분에 따라 다른 두께를 적용해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단점, 즉 공진주파수에서 소리가 왜곡되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첨단 소재와 기술력이 투입된 덕분에 ‘Atria 2’ 미드레인지 유닛의 경우 1) -60dB에 그칠 정도로 낮은 2,3차 하모닉 디스토션, 2) 6옥타브에 달하는 광대역 밴드위쓰, 3) 진동판의 리니어한 익스커션(excursion)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밖에 미드레인지 유닛과 우퍼 모두 티타늄 보이스 코일 포머, 캐스트 알루미늄 프레임, 저손실 서라운드, 오버사이즈 스파이더, 초저왜곡 모터 시스템으로 중무장했다. 한결같이 빠른 스피드와 저왜곡 응답특성, 무공진 재생을 위한 설계다.    

한편 ‘Atria 2’를 옆에서 보면 위쪽이 뒤로 약간 누운 형상인데, 이는 크로스오버 주파수 부근(구체적인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슬로프가 매우 가파른 4차 오더 네트워크를 채택했다)에서 트위터와 각 유닛간의 시간축 및 위상차 일치를 위한 설계다. 이는 크로스오버 주파수라는 동일한 주파수를 직경이 작은 트위터와 직경이 큰 미드/베이스 유닛이 재생할 경우 리스닝 포인트에서 그 시간축과 위상이 맞지 않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Atria 2’처럼 트위터를 안쪽으로 들여보내는 대신 일부 제작사에서는 미드/베이스 유닛을 앞쪽으로 돌출시키는 디자인을 쓰기도 한다.  

이밖에 ‘Atria 2’는 하이엔드 피아노 제작사 스타인웨이(Steinway & Suns)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려 11번 이뤄진 래커 마감이 이뤄져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후면 하단에 위치했으며 그 밑에 싱글 와이어링을 위한 금도금 카다스(Cardas) 바인딩 포스트가 마련됐다.

내부 배선은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 제품, 네트워크 부품은 커스텀 코일과 필름/포일 커패시터, 캐독(Caddock) 필름 저항을 1% 오차 범위 내에서 선별해 썼다. 전자기장과 진동잡음이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네트워크 기판에 엑포시 수지를 들이부어 일종의 모듈 형태로 만든 점도 눈길을 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28Hz~30kHz(-3dB), 감도는 87.5dB,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가 높지 않고 공칭 임피던스가 낮은 편이라 권장 앰프출력이 50W에 달한다. 무게는 6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