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플라자 편집부>

새로운 브랜드를 만난다는 것은, 곧 새로운 기술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새로운 엔지니어를 만난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즉, 이번에 소개할 엔트레크(Entreq) 케이블의 경우, 이 회사를 주재하고 또 설계를 담당하는 페르-올로프 프리버그(Per-Olof Friberg)라는 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주 흥미로운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 철학에서 도가의 경우, 일체의 인위적인 개입을 불허한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최상의 덕목으로 친다. 프리버그씨의 경우, 일종의 도법자연이라고 해서, 스스로 그러한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도(道)이고, 이것이 제품을 만들 때에도 최상의 규범으로 자리잡는다.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마더 어쓰”(Mother Earth). 즉, 철저한 물리학의 법칙에 의존하면서, 관계성에 의해 특정한 목적을 추구하는 이 개념을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안되는 것이다.

물론 자연 그 자체로는 오디오뿐 아니라 그 어떤 물건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자 하면 마더 어쓰나 도의 미덕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브리버그씨가 숱한 이론적, 실천적 고안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편으로 농사에 몰두한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농사? 그렇다. 엔지니어가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참 희한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철학적 고민을 제외시킨다면 단순한 토픽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그것도 또한 엔트레크 레이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방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이 시기는 숱한 시행착오로 범벅이 되었다. 이론을 분석하고, 각종 소재를 이해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결론을 갖고 막상 만들어서 테스팅 & 리스닝을 해보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되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게 되면서, 오디오에 대한 이해가 성숙해진 것이다.

현재 프리버그씨의 자택에는 윌슨 오디오의 플래그쉽인 알렉산드리아 스피커에 핼크로 앰프를 물리고 소스기는 dCS를 사용한다. 한 마디로, 모든 오디오파일이 부러워할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 FURUTEC 단자로 마무리

하지만 아무리 비싼 기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 근본이 잘못되어 있으면 결코 좋은 음을 만끽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케이블 연구에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윽고 1990년대 말에 오면, 그의 시작품을 써본 친구들 사이에서 많은 권유가 뒤따랐다. 한번 상업적으로 만들어서 팔아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워낙 주위에서 평이 좋았으므로, 결국 2000년에 엔트레크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한데 금세 화제를 몰고 올 만큼 주문이 밀려들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2007년에는 농사 일도 관두고 제품 생산에 몰두하게 된다. 그 이후 2008년에 콘스탄틴 시리즈가 출시되기에 이른다. 본격적인 엔트레크의 탄생이 이뤄진 것이다.

동사가 소재한 곳은 스웨덴의 남쪽, 그러니까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마주한 말뫼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다. 무려 12,000 평방 미터에 해당하는 사이즈에 수많은 장비들이 가득하다. 레이저 커팅과 버닝을 하는 CNC 머신이 무려 석 대나 있고, 밀링 가공용 CNC도 있으며, 고정밀 톱도 구비해놨다. 즉, 케이블의 소재부터 피복, 인슐레이션 등 모든 것을 인-하우스 방식으로 다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동사의 라인 업을 보면, 디스커버리 시리즈를 엔트리로 해서, 그 위로 콘스탄틴, 챌린지, 아폴로, 아틀란티스 등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만난 아틀란티스 파워 코드는 디지털용으로, 특히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바, 여러모로 그 전모가 궁금한 제품이기는 하다. 이번에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본 셈이다.

사실 파워 코드에 대해 일반 대중은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없이 긴 길이를 평범한 케이블로 처리하다가 벽체에서 시작해서 기기까지 고작 몇 미터 정도만 좋은 케이블을 투입한다고 해서 과연 음이 바뀐다는 말인가? 또 오디오 기기의 경우, 접속 단자에 퓨즈를 장착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음질 열화를 피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양질의 파워 코드가 필요한 것일까?

이 부분을 정밀한 기기로 계측해보면, 특히 고주파 부분에서 많은 영향이 감지된다. 만일 50Hz 대의 반응만 갖고 체크한다면 큰 차이는 없겠지만, 고주파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차이가 결국 양질의 파워 코드를 쓰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 일반 코드와 비교하면, 너무나 현격한 수준차에 놀라게 돌 것이다.

한편 동사는 푸루텍 단자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자사에서 조달, 생산하는 바, 특히 어쓰 처리를 위한 별도의 선을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그간 숱한 케이블 회사가 나왔지만 이런 구조는 처음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동사가 그라운드박스라 부르는, 어쓰 처리를 위한 전문적인 제품을 따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 박스는 종류가 매우 다양한 바, 제일 큰 것은 무슨 파워 앰프를 연상케 할 정도로 크다. 과연 그게 일종의 폼에 불과한 것일까? 실제 어쓰 처리를 해보면 음질에서 현격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본 기를 구입한다면, 이와 커플링되는 그라운드박스의 도입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어쓰 처리를 위한 별도의 선

한편 본 기는 포지티브 및 네거티브를 철저히 분리하고 있으며, 포지티브는 시계 방향으로, 네거티브는 그 반대 방향으로 선재를 꼬고 있다. 선재의 경우, 순동과 순은을 믹스하고 있는데, 여기서 동사만의 노하우가 있을 듯싶다. 한편 최종 피복은 코튼을 사용하고 있는 바, 여기서 전자기의 간섭이나 외부 노이즈의 차단에 무척 높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실 본 기의 경우, 워낙 해외에서 높은 평을 받아, 듣기 전에 좀 반신반의한 부분도 있었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꽂고 나자, 명불허전, 도저히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도법자연의 경지를 추구한 케이블다운 위력이었다. 시청평을 통해 그 변화를 간략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프로악의 최신작 D20을 사용했고, 앰프는 석덴의 LA4 프리와 MPA4 파워를 각각 동원했다. 소스기는 Oracle 2500 MK3. 우선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파워 코드를 쓰고 듣다가, 본 기를 투입해서, 그 음의 차이를 식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엘렌 그리모 연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대공>이다. 본 기로 교체를 하자 그리모 특유의 투명함과 멜랑콜리한 부분이 잘 살아난다. 그러면서 타건의 펀치력도 증가한다. 백업을 하는 전체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보다 일목요연하면서 빠르다. 일체의 흐트러짐이 없다. 또 악단과 솔로 주자의 밸런스도 더 좋아져서, 보다 짜임새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스피커와 앰프의 급수가 올라간 듯하다.

이자크 펄만이 연주하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듣는다. 장중하면서도 빠른 풋웍을 자랑하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이후, 펄만이 출연하면, 그 강력한 존재감에 잠시 넋이 빠질 정도다. 빠르고, 명료하면서 또 우울하다. 마치 흐느끼는 듯하다. 남성이지만 여성이 연주하는 듯한, 펄만 특유의 톤이 살아있다. 덕분에 더욱 감상에 몰입하게 된다.

마델라인 페이루의 를 들으면, 일단 출중한 베이스 라인에 사로잡힌다. 또 피아노를 위시한 다양한 악기들이 동원되지만 전혀 난삽하지 않다. 무슨 지휘자가 따로 있어서, 그가 일일이 컨트롤하는 듯하다. 보컬로 말하면, 더 명료하면서, 디테일도 살아나지만, 그 이음새가 일품이다. 디지털 소스를 듣는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마치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보컬의 숨소리, 침 삼키는 소리까지 잡아내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마지막으로 라디오해드의 . 사실 각종 이펙트가 난무하고, 전위적인 표현이 가득해서, 재생이 쉽지 않은 트랙이다. 하지만 본 기가 투입되자, 바로 얼차려가 이어진다. 모든 음성 정보가 질서정연하게 자리한 가운데, 이 까다로운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된다. 이런 매직이 불과 파워 코드 하나로 이뤄진다면, 다른 부분에 쓴다면 또 어떨까? 계속 궁금증이 올라간다. 기본적으로 해당 음악의 개성과 음색을 존중하면서, 다이내믹스와 해상도를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진진한 케이블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