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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마르텐 탐방기
작성자
이종학
번 호
69
 파 일
내 용
 
 

용감한 형제의 하이엔드 극복기

마르텐

글 / 이종학 (Johnny Lee)

그날 저녁에 방문한 레스토랑은 상당히 특이했다. 마르텐 형제의 주선으로 A 사장과 함께 간 곳인데, 항구에 위치해서 창밖의 풍경이 수려했고, 목재로 다듬어진 내부 인테리어는 호화롭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요리 하나가 바뀔 때마다 와인이 바뀌면서 주거니 받거니 오로지 와인으로 시작해서 와인으로 끝나는 코스였다. 모든 요리는 생선과 해산물로서, 주요리조차 생선이 나왔다.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식사는 처음이어서 정신없이 먹고 마시며 떠들다 보니 무려 4시간이나 흘렀다. 이게 바로 서양에서 말하는 정찬이라는 것이구나 실감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의 취재가 무척이나 기다려졌다.

이날 나는 무척이나 바쁜 일정을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난 곳은 노르웨이의 스타방게르. 지도상으로 보면 마르텐이 있는 예테보리와 그리 멀지 않다. 당초 A 사장과 승용차를 렌트해서 움직이기로 결정했지만, 이 사실을 안 마르텐이 펄쩍 뛰었다.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둘러 티켓을 끊은 바, 그 여정이 이렇다. 스타방게르에서 오슬로까지 간 다음 여기서 다시 예테보리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오슬로까지 가는 여정은 불과 40분. 여태 비행기를 타면서 이렇게 짧은 시간을 보낸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커피와 샌드위치 서비스까지 받았으니, 말하자면 비행기가 이륙한 순간부터 스튜어디스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환승을해보니 프로펠러 비행기가 떡하니 버티고 있지 않은가. 겨우 15명쯤 들어가는 좁은 실내에 파묻혀 1시간을 가다 보니 이러다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따라서 연신 창밖을 보며 프로펠러의 상태를 점검해야 했다. 물론 이건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움직이고, 거기에 마르텐을 주재하는 레이프 및 요르겐 올롭슨 형제의 환대를 받아 호텔에 여장을 풀고 뭐하면서 본사로 가는 와중에 또 일이 벌어졌다. 젊은 남녀를 한가득 실은 버스들이 연달아 호수 광장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호기심이 일어서 가보니 분수 앞에서 한바탕 댄스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꽤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물장구를 치고, 환호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왜 저러냐 물었더니 고등학교 졸업식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그들은 해방된 것이다! 덩달아 내 마음도 흥겨워졌다.

이 분수 광장이 있는 지역엔 커다란 오페라 하우스라던가 핫셀블라드가 운영하는 사진 전시관, 인상파 작품을 다수 갖춘 시립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 관련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 참고로 예테보리는 "Gothenberg" 또는 "Goteborg" 등으로 쓴다. 독일어로는 괴텐베르크가 되는 셈인데, 우리한테는 스웨덴어로 읽는 예테보리가 더 낯익다.

이 도시의 수호신은 포세이돈. 왜 그런지는 저녁 식사 후, 해변가를 산책하면서 알았다. 한때 영화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거의 폐쇄가 된 거대한 조선소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곳은 한때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우리와 일본에 밀려 이렇게 유적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내 일도 아니지만 괜히 마르텐 형제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아무튼 이번 탐방은 마르텐에서 매년 주최하는 수입상 모임과 연계해서 이뤄졌다. 본사이자 전시실이 있는 곳은 상당히 크고, 전문적인 시청실도 두 개나 된다. 여기서 전세계에서 온 수입상들과 환담을 하고, 업계 동정을 체크하고, 세미나와 토론도 병행한다. 따라서 나는 주로 제품들의 시청 및 인터뷰에 시간을 할애했다. 사실 많은 메이커 탐방이 공장 중심인데 비하면 좀 색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덕분에 마르텐의 제품들이 가진 풍부한 잠재력을 꼼꼼히 듣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번 탐방기를 마친다. 인터뷰 대상은 제품의 설계 및 마켓팅을 담당한 레이프 올롭손의 이니셜인 LO로 표기하겠다.

아무래도 오디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형 요르겐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LO : 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앰프 키트를 조립하거나 통을 짜는 일이 많아서, 저도 자연스럽게 이쪽 대열에 동참한 것이죠. 그러나 저는 키트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스피커를 만들어보고 싶었죠.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인 프랑스 오닥스에서 나온 우퍼와 감마 리본 트위터(데카 리본의 복사품)를 사용한 스피커였습니다. 일단 만들어보니 소리도 근사하고 또 주위에서 호평을 해줬습니다. 결국 학창 시절에 여러 개의 스피커를 만들어 듣다가 친구들에게 파는 식의 일이 많았답니다.

이미 스피커 비즈니스를 시작했군요.

LO :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전자 계통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6살 때부터 약 3년간 공부했습니다. 정식으로 앰프를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오디오를 체계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바탕이 되었죠. 캐패시터는 뭐고, 코일은 뭐고, 리지스터는 뭘 하는 것인지 이해하게 되니까 스피커 제작에 상당한 도움이 되더군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어떤 길을 걸었는지 궁금합니다.

LO : 당시만 해도 스피커는 취미였으므로, 일단 건설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주방 설계에 특화된 곳이었으므로, 10년간 다니면서 이쪽 분야에 도통하게 되었죠. 여기서 제 흥미를 끈 것은 목수들이 주방 캐비닛을 만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목재를 이용해서 만드는 모습을 보며 이쪽에 대한 지식을 넓혀갔습니다. 여전히 스피커 자작의 취미는 멈추지 않았으므로, 현장에서 배운 지식을 바로 응용해보기도 했죠.

그러다가 아큐톤 유닛을 만난 것이군요.

LO : 맞습니다. 1992년으로 기억하는데, 잡지에서 아큐톤이라는 회사에서 세라믹 드라이버를 개발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때는 트위터만 생산한 상태로, 어렵게 구해서 들어보니 정말로 성능이 대단했습니다. 문제는 이에 매칭할 만한 드라이버가 없다는 점이었죠. 결국 96년도에 와서야 베이스 유닛을 생산했으므로, 본격적인 스피커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최초의 스피커도 이때에 나왔겠군요.

LO : 1997년에 처음 밍거스를 만들었습니다. 1인치 트위터에 7인치 미드 베이스로 구성된 2웨이로, 주위의 평이 좋아 이듬해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그

러나 아직 스피커 제조에 올 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안되어서, 다니던 직장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때마침 스웨덴의 한 오디오 잡지에서 제 스피커를 높이 평가해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 형이 경영을 돕기로 결정함에 따라, 저는 본격적으로 마르텐에 몰두하게 된 것입니다.

참, 마르텐의 뜻이 뭡니까?

LO : 제 미들 네임입니다. 스웨덴으로는 모튼이라고 읽지만, 밖에서는 마르텐으로 통용이 되더군요. 그래서 그냥 마르텐이라고 읽습니다.

그 후에 마일스가 나오죠?

LO : 네. 2년간 개발한 끝에 1999년에 본격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에 몽크가 나오면서 점차 세계적인 이목을 끌게 됩니다. 아무래도 세라믹 드라이버는 소량 생산인데다가 가격이 비싼데 반해, 제 스피커는 가격적으로 합리적인 면도 큰 세일즈 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이후, 점차 노우 하우가 쌓이게 되어 2002년에 콜트레인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제품으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의욕이 컸으므로 참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에 CES에 소개하면서 전세계 딜러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퇴사를 하고, 마르텐에 전념하게 된 것이죠. 이 당시 첫 손님이 타이완의 리밍샨이라는 분으로, 사운드 로이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당연히 홍콩, 중국 등에도 알려지게 되고, 구미에도 널리 소개가 되었습니다. 이후 계속 제품을 개발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직원이 몇 명이죠?

LO : 2003년에는 저희 형제를 빼면 프로덕션에 관계된 한 명뿐이었습니다. 지금은 공장에 투입된 3명을 포함한 총 7명이고, 전세계 25개국에 수출하고 있답니다.

생각보다 쇼 룸의 시설이 훌륭한데 놀랐습니다.

LO : 저희 제품을 최상의 상태에서 들어보길 바랬습니다. 워낙 음향 상태가 좋아, 큰 방에서는 가끔 레코딩을 하기도 합니다. 마침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매년 세미나를 개최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합니다.

LO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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